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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사칭' 피싱 피해 절반이 2030…'셀프감금·심리지배'

입력 2025-09-18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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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포에겐 대사관, 자영업자엔 국세청 사칭…스스로 호텔방 가서 거액 이체

1억 이상 피해도 증가…경찰 "피해자 직업·환경 '맞춤형 수법' 각별 주의"




보이스피싱(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최윤선 기자 = "검찰청 수사관인데요, 어제 등기를 보냈는데 전달이 안 됐거든요."


의문의 상대는 A씨에게 "IP주소를 불러줄 테니 접속해서 내용을 확인하라"고 종용했다.


지시에 따르다 보니 A씨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내용의 문서와 구속영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이동하고, 휴대전화 검열 조치를 해야 하니 원격제어 앱을 깔라"고 A씨를 다그쳤다.


난데없는 구속 위기에 눈앞이 캄캄해진 A씨는 그렇게 스스로를 호텔 방에 가뒀고, 상대의 지시에 따라 수천만 원을 이체했다. 뭔가에 홀린 것처럼 연락을 끊은 채 고립됐던 A씨는 이것이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이는 경찰이 제시한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로, 이렇게 금융감독원이나 검찰 등을 사칭하는 피싱 피해가 2030 청년층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따르면 올해 1∼8월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52%는 20∼30대 청년층이었다.


특히 최근 범죄조직이 가상자산을 노리면서 1억원 이상 피해자 중 20∼30대 비율은 작년 7∼12월 17%에서 올해 1∼4월 26%, 5∼7월 34%로 늘고 있다. 건당 피해액은 작년 1∼8월 4천218만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7천438만원으로 76.3% 증가했다.





국가수사본부가 예시로 든 보이스피싱 조직 제작 위조 공문서 [국가수사본부 제공]


20∼30대 청년층이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에 취약한 것은 이들 세대가 비대면 금융환경과 가상자산 투자 등에 익숙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범죄 조직이 정교한 시나리오와 범행 수단을 바탕으로 피해자를 철저히 통제하고 고립시키는 전략을 사용하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경찰청이 든 사례와 같이 범죄 조직들은 진짜처럼 꾸며진 사이트와 피해자의 인적 사항이 적힌 가짜 서류를 제시해 실제 범죄에 연루됐다고 확신하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보안을 핑계로 증거 인멸이 용이한 시그널·텔레그램 등을 이용하도록 지시하기도 한다.


자영업자에게 국세청을 사칭하거나, 교포, 유학생을 상대로 대사관 직원을 사칭해 마약 사건에 연루됐다고 속이는 등 피해자의 직업·환경을 노리는 맞춤형 수법도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국수본은 밝혔다.


국수본은 "기관사칭형 범죄는 피해를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전략을 사용한다"며 "범죄 수법과 대처 방법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readin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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