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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정보 털어도, 악성코드 심어도…실형은 3명 중 1명뿐

입력 2025-09-21 06: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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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여간 선고된 해킹 범죄 사건 1심 판결문 35건 분석

해킹 기술 고도화·2차 범죄도 우려…"처벌 강화해야"




IT 보안사고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이율립 최윤선 기자 = 해킹 등 전과 2범인 A씨는 또다시 한 회사 서버에 악성프로그램을 심었다는 혐의 등으로 2021년 기소됐다.


2017년부터 19년까지 악성프로그램으로 신용카드 정보 783만6천여건을 탈취했다는 혐의다. 악성프로그램을 다른 사람에 제공한 혐의도 확인됐다.


누범 기간인 A씨에게 내려질 수 있는 형량은 이론상 징역 10년이 넘었지만, 법원의 선고는 징역 1년 6개월이었다.


"죄책이 매우 무겁고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른 사건으로 확정판결을 받은 점, 그의 연령이나 품행 등을 고려했다는 이유였다.


SKT에 이어 KT, 롯데카드에 대한 연쇄적 해킹 사태에 사회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해킹범에 대한 처벌 수위는 미약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연합뉴스가 대법원 판결문 열람 시스템을 통해 2020년부터 올해 9월까지 5년 9개월간 선고된 해킹 사건 1심 판결문 35건을 살펴본 결과 실형을 받은 피고인은 49명 중 15명(30.6%)에 그쳤다.


이는 정보통신망 침해 사건 중 실제 해킹 범죄가 있었던 판결문만 추려낸 결과다. 49명 중 집행유예는 22명(44.9%)이었으며 12명(24.5%)은 벌금형이었다.


투자 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2017년 경쟁사 서버에 침입해 고객·회계 정보 34만여건을 빼돌렸지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법원은 B씨가 금전적 이익을 얻지는 않은 점을 유리하게 봤다.


C씨는 2018년 옛 직장 사이트에 침입해 회원정보 1만3천여건과 결제정보 3만4천여건을 내려받았다. 그 역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구속과 수형 생활을 피했다.




고개숙여 사과하는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이사가 18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해킹 사고로 인한 고객 정보 유출사태에 대해 대고객 사과를 하고 있다. 2025.9.18 dwise@yna.co.kr


정보통신망법은 허용된 접근 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것을 금지하며,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약 6년간 실형을 받은 15명의 평균 형량은 1년 8개월이었으며 최대 형량도 징역 3년이었다. 이마저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도박공간 개설 등의 혐의가 합쳐진 결과다.


행정·국방·금융·통신 등에 관련된 정보통신망을 공격하면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다.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도 더 무겁다.


하지만 이 경우도 중형이 선고된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발 공격이 많아 검거량 자체도 많지 않다.


2008년 미래에셋 사이트에 장애를 발생시키려 공격한 등의 혐의를 받는 D, E씨는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D씨는 항소심에서 뒤늦게나마 자백하고 반성했다는 등의 이유로 징역 1년 8개월로 감형됐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거의 모든 정보가 온라인에 보관되는 시대가 도래했고, 인공지능(AI)의 발전 등에 해킹 기술이 더 고도화돼 피해 규모가 급격히 커질 수 있다며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탈취 정보나 금전 피해가 적은 경우 무거운 형이 잘 내려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해킹은 개인정보를 악용한 2차 범죄나 인프라 공격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더 엄격히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법은 사회가 정보·디지털화됐다는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양형기준을 상향하거나 형량의 하한선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readin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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