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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 "5일째 물도 못먹고 토하는 중"

입력 2025-09-18 0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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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 위고비 폭발적 인기 속 부작용 부상

구토·무기력·우울감·예민함 등 호소 이어져

요요현상은 간과…"위고비 끊으니 대고비"

"10개월간 15㎏ 뺐지만 3개월만에 10㎏ 다시 쪄"




지난 4월 개그맨 김준호가 한 영상에서 위고비 사용 후 겪은 부작용을 말하고 있다.

[유튜브 '준호 지민'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인턴기자 = "위고비 부작용 대박이다…5일째 물도 못 먹고 토하는 중"(스레드 이용자 'heh***')


"친구 2명 맞다가 1명 우울증 와서 중단함"(스레드 이용자 'ear***')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부작용을 토로하는 경험담들이 뒤따르고 있다.


위고비는 국내 출시 이후 올해 6월까지 8개월 동안 40만 건 넘게 처방되며 '게임 체인저'라 불리고 있지만, 구토·무기력·우울증 등 부작용 호소 사례가 이어진다.


특히 "위고비를 끊으니 대고비가 왔다"며 요요현상을 토로하는 사례들은 위고비의 효과에 유효기간이 존재함을 알려준다.





[스레드 이용자 '03.17_oou', 'jong_s_' 게시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10개월간 20kg 감량했지만 췌장염 생겨 끊었다"


위고비가 날개 돋친 듯 팔리며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는 경험담이 주목받지만,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도 쌓이기 시작했다. 위고비 환자용 사용설명서에는 체액 소실 및 탈수·췌장염·당뇨병성 망막병증 악화 가능성 등이 경고 사항으로 명시돼 있다.


구독자 200만명을 자랑하는 유튜버 '빠니보틀'은 지난 4월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근래 들어 제 주변 지인분들 중에서 위고비를 맞고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무기력증, 구토감, 우울증 등이 있다고 하네요. 저도 속 울렁거림 증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유튜버 '빠니보틀'(오른쪽)과 '곽튜브'가 위고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유튜브 '곽튜브'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개그맨 김준호도 위고비를 사용하면서 6㎏을 감량하긴 했지만 성격이 예민해졌다고 밝혔다.


지난 7월 김준호와 결혼한 개그맨 김지민은 앞서 4월 유튜브 채널 '준호 지민'에 올라온 영상 '맛집 탐방 '샤브샤브 데이트''에서 "(김준호가) 위고비를 한 뒤로 너무 예민해졌다"고 말했다.


또다른 영상 '웨딩드레스 피팅 하는 날'에서도 김지민은 "(김준호가) 살을 빼고 난 뒤로 너무 예민해졌다. 긍정적인 사람이었는데 부정적인 사람으로 변했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에서 김준호는 "왜냐하면 (위고비 사용 이후로) 먹는 거, 자는 게 잘 안된다"고 토로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위고비의 부작용을 증언하는 글이 이어진다.


18일 현재 스레드에는 "맞은 지 5일 됐는데 이제 안 맞으려고…복통에 설사에 구토에 메스껍고 어지러워"('kin***'), "10개월간 20kg 감량했지만 췌장염이 생겨 끊었다"('jul***'), "위고비 6주차, 부작용 때문에 잠시 그만두기로 했다. 택시만 타도 멀미가 너무 심하게 났다"('ps.***'),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구토 증상이 심하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일상생활이 안 될 정도야"('mis***') 등의 댓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네이버 이용자 'di***'는 "나도 위고비하고 살은 2키로도 안 빠졌는데 근육 3kg 가까이 빠졌다"며 "위고비 부작용으로 근육감소랑 무기력, 기립성저혈압 오고 바로 중단했음. 끊고 한달 정도 되니까 어느정도 돌아왔음"이라고 썼다.




위고비 부작용 토로하는 해외 누리꾼들

[유튜브 이용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유튜브에서도 '위고비 부작용'(Wegovy side effects)을 검색하면 관련 영상이 줄줄이 나온다.


유튜브 해외 이용자 'Fat***'는 "아무것도 못 삼키겠다. 물조차도"(I can't keep anything down. Not even water), 'grn***'는 "속쓰림과 메스꺼움이 심하다. 이럴 가치가 있을 만한 효과가 있길 바란다"(The sour stomach and nausea are terrible. Hoping to at least see some results to make it worth it)고 남겼다.


또 'Lis***'은 지난 16일 뉴질랜드 뉴스 사이트 'Stuff' 유튜브 영상을 통해 "방금 막 잠에서 깼는데 심한 메스꺼움을 느꼈고 구토했다"(I've just woken up felt overwhelming nausea and vomited), "경고받는 부작용 중 하나가 근육이 빠지는 거다"(One of the side effects that you're warned about is the loss of muscle) 등의 후기를 전했다.




오늘부터 '살 빼는 약', 비대면진료 처방 제한

[연합뉴스 자료사진]


◇ "문제는 약을 끊었을 때"…피할 수 없는 요요


전문가들은 위고비 이용에 있어 특히 요요현상이 간과되고 있다고 입을 모아 지적한다. 위고비 이용시의 효과만 각광받고 끊었을 때 오는 요요현상은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현대 의학에서 약만으로 비만을 완전히 치료하거나 요요 없이 해결하는 방법은 없다"며 "위고비는 포만감을 빨리 주는 약일 뿐 식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비만 치료는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본인과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김경우 인제대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문제는 약을 끊었을 때"라며 "체중이 다시 늘 수 있어 생활습관 개선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약물로 체중 감량 효과가 입증됐지만 개인차가 크다"며 "식습관과 운동을 병행해야 같은 용량으로도 효과적으로 체중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이용자 '유칼립***'는 위고비를 두고 "와이프가 10개월간 15㎏ 뺐지만 3개월 만에 10㎏이 다시 쪘다"고 밝혔다.


스레드 이용자 'lov***'는 "1년은 유지해야 하니까 돈 없으면 시작 안 하는 게 좋다"며 "애매하게 끊으면 요요가 폭동같이 온다"고 썼다. 또 'dud***'는 "운동이랑 식단 병행 안 하면 요요가 너무 세게 온다"고 적었다.





[위고비 환자용 사용설명서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상담후 바로 처방"…'묻지마 처방' 여전히 횡행


이런 상황에서 '묻지마 처방'은 여전히 별다른 제지 없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위고비, 마운자로 등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 비만치료 주사제와 관련, 비만에 해당되는 환자의 경우에만 의료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 허가된 용법대로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고비 프리필드펜 환자용 사용설명서에 따르면, 위고비는 원칙적으로 체질량지수(BMI) 30 이상 비만 환자나,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등 동반 질환이 있는 BMI 27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되는 약이다. 서울시민 건강포털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본다.


그러나 기자가 지난 17일 '묻지마 처방'으로 SNS에서 유명한 종로구 A 의원에 문의하자 "진료 상담 후에 처방받을 수 있으니 오후 5시 전으로만 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처방에 별도의 기준은 없냐고 묻자 "보통 미용 목적으로 많이 맞으니 일단 상담부터 해 보라"고 권했다.


인근 종로구 B 의원 역시 "본인이 (부작용을)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통은 상담 후에 바로 처방받아 가실 수 있다"고 안내했다.


두 의원 모두 기자의 BMI 지수(19.43)를 확인하지 않았다.




약국에서 판매 중인 비만환자용 의약품 위고비

[연합뉴스 자료사진]


SNS에는 위고비 '묻지마 처방'을 위한 '팁'이 넘쳐난다.


스레드 이용자 'neo***'는 "위고비 원래 맞던 척 자연스럽게 하면 된다. 지난달에 0.5 맞아서 1.0 달라 하면 준다"며 "그리고 잘 안 물어본다"고 썼다.


또 'kar***'는 처방전을 쉽게 받을 수 있는 병원 이름을 적어 올렸다.


박정하 경희의료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 치료제 임상 시험은 원래 과체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며 "저체중인 사람에게는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험상 탈수나 구역질 등 부작용이 저체중 환자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승남 가정의학과 전문의도 "정상 체중인 사람이 위고비를 맞으면 구토·설사 등 부작용이 심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지방이 아닌 다른 영양소도 함께 빠지기 때문에 건강에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BMI 27 이상인 사람만 의사에 의해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haem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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