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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4번째 기후위기 평가 보고서 발간…2천여개 연구 결과 반영
"한반도 온실가스 농도, 지구 평균보다 높고 증가세"
"2050년대 고온으로 인한 고령자 초과사망률 최대 5.52% 증가"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최악의 가뭄으로 식수난을 겪는 강원 강릉지역에 지난 13일 황금과도 같은 단비가 내려 시민들의 목은 축였지만, 아직 해갈까지는 갈 길이 멀다.
14일 강릉지역 87%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상수원 오봉저수지의 물 밖으로 드러난 맨땅이 쩍쩍 갈라진 상태를 하고 있다. 2025.9.14 yoo21@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여름철 '폭염형 급성가뭄'이 뚜렷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일은 금세기 후반기 현재보다 3∼9배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상청과 환경부는 이런 내용의 '한국 기후위기 평가 보고서 2025'를 발간했다고 18일 밝혔다.
기후위기 평가 보고서 발간은 이번이 4번째다.
이번 보고서는 총 112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작성했으며 2020∼2024년 국내외에서 발표된 2천여편의 논문·보고서가 반영됐다.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에 따라 급성가뭄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동아시아는 유럽과 함께 급성가뭄 증가세가 뚜렷이 나타나는 지역 중 하나로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급성가뭄은 새로운 형태의 가뭄으로 기온이 높고 일사·바람이 강해 토양 등에서 증·발산하는 물이 증가하면서 수개월 또는 수주 내에 급격히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강원 강릉 가뭄을 급성가뭄으로 보기도 한다.
이번 보고서에 인용된 논문(우리나라에서 최근 발생한 여름철 급성가뭄의 특성 및 변화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1982∼2020년 여름 전국 52개 관측지점에서 '폭염형 급성가뭄'이 평균 47.5회, 강수 부족형 급성가뭄이 9.1회 발생했으며 2010년 이후 폭염형 급성가뭄 발생과 지속 기간이 뚜렷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과 인천, 부산 등 1912년부터 기상관측 자료가 존재하는 6개 지점 평균을 기준으로 한 기온은 1912년부터 2024년까지 10년마다 0.21도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까지 분석에선 기온 상승 폭이 0.18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7년간 온난화가 심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주변 바다 표면 수온은 1968년부터 2023년까지 1.44도 올라 전 지구 평균 상승 폭(0.7도)을 2배 이상 웃돌았다.
특히 동해 해양열파(수온이 상위 10%에 드는 날이 닷새 이상 지속되는 경우) 발생 횟수와 일수는 1982년부터 2020년까지 각각 해마다 1.97회와 12.1일 늘어 증가세가 전 세계 바다 중 10위 내에 들었다.
우리나라 주변 바다 해수면은 1993∼2018년 1년에 3.6㎜씩 상승해 이 역시 전 지구 평균(3.4㎜)보다 높았다.
한반도가 뜨거워지는 것은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이었다.
보고서는 "대규모 기후모델 자료를 이용해 2018년 여름과 같은 폭염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비교한 결과 인간이 배출한 온실기체 증가로 2018년과 같은 강하고 장기간 지속하는 폭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4배 이상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작년 한반도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율은 3.4ppm으로 최근 10년(2014∼2023년) 연평균 증가율(2.4ppm)을 웃돌았다. 안면도(430.7ppm)와 제주 고산(429.0ppm), 울릉도(428.0ppm)에서 측정한 이산화탄소 농도는 모두 전 지구 평균보다 높았다.
보고서는 "한반도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농도는 전 지구 평균보다 각각 6∼8ppm, 80∼102ppb, 0.7∼0.9ppb 높으며, 증가세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현재(2000∼2019년) 8.8일인 폭염일(일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은 금세기 후반기(2081∼2100년)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24.2∼79.5일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3.2일인 열대야일은 22.3∼68.4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집중호우 강도와 빈도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보고서는 "태풍 최대 강도 위치가 북쪽으로 이동하고, 태풍으로 인해 극한강수가 발생하는 영역이 16∼37% 확대되며, 동중국해에서 초강력 태풍이 유지될 수 있는 28.8도 이상 고수온 현상이 발생할 확률은 최소 5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수면은 '고탄소 시나리오'(SSP5-8.5)에서는 2050년까지 25㎝, 2100년까지 82㎝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저탄소 시나리오(SSP1-2.6)를 적용해도 해수면은 2050년까지 20㎝, 2100년까지 47㎝ 오를 전망이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목숨을 실질적으로 위협할 전망이다.
2050년대 고온으로 인한 고령자 초과 사망률은 '중간 단계 기후변화 시나리오'(SSP2-4.5)를 적용했을 때 4.36%, '약간 높은 단계 기후변화 시나리오'(SSP3-7.0)를 적용하면 5.5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14년(2011∼2024년)간 고수온으로 인해 수산업에 발생한 피해는 3천72억원 규모였는데 20100년까지 국내 주요 양식장 밀집 해역 수온은 최대 4∼5도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 전문은 19일 기후정보포털(www.climate.go.kr), 국립환경과학원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www.nier.go.kr/naccc), 환경부(www.me.go.kr) 등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기상청과 환경부는 19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보고서 발간 기념행사를 연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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